대법 ‘비종교적 신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첫 무죄 확정_콘크리트 공사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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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교 교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평화주의 등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른바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처음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25일)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해 예비군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성 A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종교 신도들에 대해 병역거부 무죄를 선고해 왔습니다. 대법원이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개인의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한 경우에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법에서 정하는 훈련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며 A 씨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이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경우 처벌의 예외인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앞서 A 씨는 2016년부터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개인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았고, 예비군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는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하던 시점이었습니다.

A 씨는 가정폭력이 행해지던 가정에서 자라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니게 됐지만,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이후 A 씨는 신병 훈련 과정에서 적에게 총을 쏘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대를 후회했고, 그 후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A 씨는 군 제대 이후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일체의 예비군훈련 등을 모두 거부해 왔습니다.

1,2심은 “A 씨가 병역의무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음에도 훈련에 참석해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예비군 불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저히 큰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고, 훈련 거부 당시는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일관되게 처벌하던 시점이었다”면서 “A 씨가 유죄가 된다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그 양심이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 소명된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